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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예(禮)란 무엇인가?    

예절이란 일정한 생활문화권에서 오랜 생활관습을 통해 하나의 공통된 생활방법으로 정립되어 관습적으로 행해지는 사회계약적인 샐활규범이다.

사람은 사회생활을 하는 바, 높은 산이나 깊은 물에 막혀 수월하게 무리를 지어 하나의 문화를 형성하며 사는 일정한 지역을 생활문화권이라 하고, 그 문화권에 사는 사람들이 가장 편리하고 바람직한 방법이라 여겨 모두 그렇게 행하는 생활방법이 예절이다.

때문에 예절은 언어문화권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민족과 나라에 따라 언어가 다르듯이 예절도 국가와 겨례에 따라 달라진다. 같은 언어문화권이라도 산과 강을 경계로 해 사투리가 있듯이 예절도 지방에 따라 약간씩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같은 나라에서 표준어를 정해 그것이 통용되기를 바라는 것과 같이 예절도 한 나라에서는 통일되어야 그 국민으로서 생활하기가 수월한 것이다. 그런 까닭으로 우리는 공통적으로 행해지는 가장 바람직한 생활방법을 익혀 어울려 사는데 지장이 없도록 통일된 바른 예절을 알아야 하겠다.

옷의 관리

옷의 관리

옷의 관리에는 세탁법, 기움질, 얼룩빼기, 푸새, 다듬이질, 의복 간수 같은 몇 가지 과정이 있다.

『규합총서』에 나타난 의복 관리의 예를 보면 “때가 지지 않을 때는 토란 삶은 물에 빨면 희어지고 생베는 붉은 비듬과 같이 삶으면 흰 모시 같아진다”, “고약은 생무를 문질러 빨라’고 했으며, “먹 묻은 것은 우슬(비듬과의 다년생 풀)가루를 물에 개어 발라 마르거든 빨라”고 했다.

『청장관전서』에 “남자의 옷을 빨았는 데도 때가 아직 남아있고 꿰멘 곳이 터지고 풀 찌꺼기가 붙어 있고 다리미 불에 구멍이 나고 구겨지거나 얼룩이 지고, 넓고 좁음이 척도가 없는 것은 모두 부인의 책임이다”라고 하여 의복 관리에서 빨래, 푸새와 더울어 기움질을 부녀자의 중요한 임무로 책임지우고 있다. 기움질은 의복의 종류나 질감, 해진 고의 위치에 따라 누비기도 하고 호기도 하고 감치기도 하고 박기도 했다.

세탁에서도 단물과 센물을 구별하였고 세정제는 주로 잿물을 사용했는데 그 종류는 짚, 뽕나무, 콩깍지, 메밀짚, 고춧대를 태워 만든 잿물들이다. 이 잿물은 주로 면직물과 마직물을 세탁하는데 쓰였고 견직물은 잿물 대신 팥가루, 녹두가루, 쌀뜨물, 순두부물 따위가 쓰였다.

세탁이 끝난 옷에 풀을 먹이는 푸새는 세탁할 때 마찰로 생긴 표면의 잔털을 정돈시키고 의복에 힘을 주어 형태를 오랫동안 유지시키려는 데에 목적이 있다. 또 직물의 광택을 보전시키고 흰색이거나 색체가 있거나 한층 돋보이도록 하며 때를 덜 타게 할 뿐만 아니라 씨실과 날실의 방향을 바로 세우는 데에도 효과가 있다. 풀의 종류로는 쌀풀, 밀풀, 감자풀, 메밀풀, 밥풀 등이 있다. 무명과 모시는 잇풀, 비단은 백급풀을 먹이라고 했고 모시를 다듬을 때는 활석이나 녹말풀을 먹이고 옥색 비단은 풀을 먹이지 말라고 했으며 검푸른빛은 아교풀을, 보랏빛은 생토란즙을, 흰 명주는 계란 흰자를 수비 한 무리에 섞어 먹이라고 했다.

다듬이질과 다림이질은 푸새 뒤에 계속되는 관리법으로 빨래에 물기가 고루 퍼지도록 하여 적당한 크기로 접은 뒤 빨랫보에 싸서 밟아 준다. 주름이 어느 정도 펴지만 다듬잇돌 위에 놓고 다듬잇방망이로 두드린다.

얼룩빼기는 피복에 부분적으로 묻어 있는 오염을 제거하는 것으로 『규합총서』에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약물은 오매 달인 물에 빨라고 했다. 고약은 생무를 문질러 빨고, 먹물은 우슬가루를 물에 개어 바르라 했으며, 머리때는 소금물에 끓여 빨고, 피는 죽을 쑤어 김을 쏘이고, 쇠뼈 태운 재를 놓아 빤다. 담배진은 복숭아 잎을 찧어 문지른 후 냉수에 빤다. 여름옷에 핀 곰팡이는 은행과 마늘, 무즙에 빨고, 기름이 온통 묻었을 때에는 무 삶은 물에 빨고 누런 물은 생강즙을 문질러 빨면 된다고 했다.

발에 신는 스타킹과 신발은 서구(西歐) 사회에서 사랑, 애정, 정조(貞操), 다산(多産), 풍요(豊饒), 풍년을 상징하였다. 북구(北歐)에서 아들딸 많이 낳는 다산의 여신(女神)은 양말 속에 산다. 유태인의 결혼식에서 신랑과 신부에게 마냥 신발과 양말을 던지는데 사랑을 돈독히 하여 아들딸 많이 낳길 바라는 뜻에서라 한다. 미국에서 신랑과 신부가 탄 차에 신발을 매달고 달리게 하는 것도 같은 뜻으로 볼 수 있다. 영국에는 신랑 친구와 신부 친구들이 적정한 거리를 두고 양말을 벗어던지는 풍습이 있는데 그 양말을 맞으면 던진 쪽과 미구에 결혼하게 될 것으로 점친다고도 한다.

동구(東歐)에서 밭갈이 전에 신발이나 양말을 던지는 풍습도 그것이 지닌 풍요의 주력(呪力)을 풍년으로 연결시키기 위함일 것이다. 이같이 사랑과 풍요를 상징하기 때문에 유럽의 일부 지역에서는 스타킹이 여자에게 보내는 연말선물이 되고 있다. 따라서 산타클로스의 양말 선물도 이 사랑과 풍년을 기원하는 습속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주의를 끄는 것은 중국과 한국에도 동지날에 버선을 지어 시어머니에게 바치는 동지헌말(冬至獻襪) 습속이 있었다는 점이다. 《유양잡조(酉陽雜조)》에 보면 중국의 북조(北朝)시대부터 동지날에 버선을 시부모에게 지어 바쳤는데 이날부터 해가 길어지는 것에 때를 맞추어 기운을 돋우어주려는 뜻에서라 했다.

한국에서도 동지헌말 습속이 있었음을 이익(李瀷)의 《성호새설(星湖새說)》에 상세히 나오고 그에 대해 변증까지 하고 있다. 그에 비하면 동지날에는 해가 남쪽 끝에 가 있어 그늘이 하지날보다 두 배나 길어지고 또 이날부터 해가 길어지기에 그 버선으로 해와 그늘을 밟음으로써 시어머니의 수명이 길어지길 기원하는 며느리의 충정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대동야승(大東野乘)》에서도 조선조 궁중에서 동지날이면 임금님이 대비(大妃)나 왕대비에게 버선을 지어 바치고 크게 잔치를 벌이는데 이를 풍년을 드린다는 뜻에서 ‘풍정(豊呈)’이라 한다 했다. 이렇게 보면 동지날 버선 선물의 기원도 이익의 변증과는 달리 장수를 비는 효도의 뜻 이전에 풍년을 비는 뜻이 선행되었을 성싶다. 농경사회에서 모성(母性)은 그 생식력 때문에 풍작(豊作)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논밭에 씨앗을 뿌릴 때 아들딸 많이 낳은 부인의 품을 비싸게 사서 파종을 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곧 한국에서도 버선은 서양에서와 같이 다산, 풍요, 풍년을 상징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아무튼 게르만족의 동지습속인 스타킹 선물과 한국의 동지헌말이 상통하고 있으니 희한한 일이다.

이규태 코너 《입술의 한국학》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