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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예(禮)란 무엇인가?    

예절이란 일정한 생활문화권에서 오랜 생활관습을 통해 하나의 공통된 생활방법으로 정립되어 관습적으로 행해지는 사회계약적인 샐활규범이다.

사람은 사회생활을 하는 바, 높은 산이나 깊은 물에 막혀 수월하게 무리를 지어 하나의 문화를 형성하며 사는 일정한 지역을 생활문화권이라 하고, 그 문화권에 사는 사람들이 가장 편리하고 바람직한 방법이라 여겨 모두 그렇게 행하는 생활방법이 예절이다.

때문에 예절은 언어문화권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민족과 나라에 따라 언어가 다르듯이 예절도 국가와 겨례에 따라 달라진다. 같은 언어문화권이라도 산과 강을 경계로 해 사투리가 있듯이 예절도 지방에 따라 약간씩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같은 나라에서 표준어를 정해 그것이 통용되기를 바라는 것과 같이 예절도 한 나라에서는 통일되어야 그 국민으로서 생활하기가 수월한 것이다. 그런 까닭으로 우리는 공통적으로 행해지는 가장 바람직한 생활방법을 익혀 어울려 사는데 지장이 없도록 통일된 바른 예절을 알아야 하겠다.

한국음식의 특징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며 농업의 발달로 쌀과 잡곡의 생산이 다양하게 이루어져 이들을 이용한 조리법이 개발되었다. 또한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수산물이 풍부하며, 조육류와 채소류를 이용한 조리법도 발달되었고 장류, 김치류, 젓갈류 등의 발효식품의 개발과 기타 식품저장 기술도 일찍부터 이루어져 왔다. 이와같이 우리나라 음식은 계절과 지역에 따른 특성을 잘 살렸으며 조화된 맛을 중히 여겼고, 식품 배합이 합리적으로 잘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 음식의 특징은 자연생태적인 요인을 배경으로 한 영향도 크지만, 집집마다 전통적인 대물림이 또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였다. 최상의 맛을 창조하고 그 맛을 대를 이어 전수하면서 끈질긴 집념과 정성으로 음식의 독창성을 보존하였다. 그래서 전쟁이나 외세의 침략, 문화적 침탈로 외래음식이 들어와도 한국의 조건과 체질에 맞게 잘 융화시켰으며, 한국음식의 맥을 이어올 수 있었다.

특히 우리나라 음식은 자연조건에 잘 부응하고, 과학적이며, 음식이 곧 몸에 약이 된다는 생각으로 정성과 노력을 많이 기울였다. 그러므로 한국 음식은 자연식이면서 건강식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음식을 만들 때는 엄정한 마음 가짐과 바른 태도가 중요하였고, 균형 있는 음식재료의 배합과 영양•색•맛•온도 및 그릇과 음식과의 조화까지 고려하였다.

한국 음식의 특징은

첫째, 쌀과 콩을 중심으로 한 곡류음식으로 밥, 떡, 죽, 면, 술, 장, 과정류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들은 영양 공급과 콜레스테롤 강하작용, 성인병의 예방, 생체의 항산화작용 등에 효과적이다.

둘째, 고기 음식류는 구이, 찜, 볶음, 전, 회 등의 조리법이 발달하였는데, 구이법은 질감과 풍미가 뛰어나다. 

셋째, 삼면의 바다에서 제철에 풍부하게 산출되는 생선은 날 회, 익힌 회, 찜, 조림, 구이, 찌개 등 담백하고 감칠맛 나는 여러 가지 조리법이 전승되어 오고 있고, 양질의 단백질과 지방질, 무기질의 공급원으로 이용된다. 

넷째, 채소음식은 김치류를 비롯한 발효음식이 뛰어나며, 날 채소, 익힌 채소를 다양하게 활용하므로 비타민, 무기질의 공급원으로서, 식이섬유로서 신체기능 조절에 탁월한 효과를 갖고 있고 특히 저마다 다른 약성을 가진 제철의 풀과 열매, 뿌리들을 많이 이용한다.

끝으로 근래 기호식품으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음청류는 재료와 조리법이 다양하여 기호식품은 물론이고 건강음료로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음식으 조리법상의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궁중음식과 반가(班家)의 음식 그리고 서민음식을 비롯하여 각 지역에 따라 향토음식의 조리법이 발달되었다.

둘째, 상차림에 따른 음식의 종류가 다양하게 개발되어 있고, 주식과 부식이 뚜렷이 구별되어 있다.

셋째, 조리법이 복잡하여 대부분 미리 잘게 썰거나 다지는 방법이 많이 쓰인다. 그리고 조미료나 향신료의 이용이 섬세하나 음식마다 대부분 비슷하게 사용된다.

영어로 요리를 cook이라 하는데 이는 두 가지의 재료를 섞어 새것을 만든다는 뜻이다 곧 재료의 형태나 빛깔이나 맛을 새 형태의 식품 속에 완전히 소멸시켜 새로운 형태, 빛깔, 맛을 창조하는 것이 요리다.

이처럼 서양 요리가 환원이 불가능한 화학변화식 요리라면 한국의 요리는 가급적 원형을 살리는 물지변화식의 요리라 하겠다. 원형뿐만 아니라 색깔이나 맛도 자연대로 살려서 먹는다. 마치 한국 사람이 자연에 순응해 살듯 음식도 자연을 살려서 먹는다. 한국에 유별나게 발달한 나물 요리가 그것을 단적으로 대변한다.

나물에는 날로 무쳐 먹는 생채와 슬쩍 데쳐서 무쳐 먹는 숙채가 있지만 모두 그 나물이 갖는 본래의 빛깔이나 형태나 맛을 죽이는 법이 없다. 들이나 산에 나는 독이 없는 풀이면 모두가 나물의 원료가 됐다. 서양에서는 독이 있다 하여 소도 못먹게 하는 고사리도 독을 빼고 나물로 무쳐 상식한다. 나물요리가 발달한 이유에는 자연에 순응하며 살려는 한국인의 의식구조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우리 한국인의 밥상은 밥과 국과 건건이와 풋것으로 대별되는 것이 상식이다. 건건이는 된장, 간장, 김치 등 발효식품을 뜻하였고 풋것이란 야채 --- 산채류의 나물을 의미 하였다. 한국 밥상의 4요소가 모두 식물성임을 알 수 있다. 국도 우거지나 무, 호박 등 식물성이다. 한국인이 창자가 긴 것은 초식문화 때문이 아닌가 한다.

초식동물은 소화능력이 약한 데 비해 섭취능력이 강하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소화능력이 약하다는 것은 식사시간의 간격이 길어도 참아낼 수 있다는 것이 된다. 육식하는 서양 사람들이 하루라도 식사를 거르면 안절부절하지 못하지만, 한국 사람은 사흘을 굶어도 거뜬하다. 일반적으로 초식동물은 다 그렇다. 우리 민족이 흉년 때마다 초근목피로 살아날 수 있엇던 것은 한국인이 초식민족이었기 때문인 것이다.

초식하는 소의 아랫배가 육식하는 사자의 아랫배보다 한결 크듯이 초식민족인 한국인의 배는 육식하는 유럽사람들의 배보다 복강면적이 30%이상 크며, 창자 길이도 30%가 더 길다 한다.
우리 선조들은 따뜻한 밥에 가치를 두었다. 우리 한국 사람이 먹는 국이나 찌개는 후후 불고 소리를 내지 않고는 먹을 수 없도록 뜨거워야 된다. 국이 그렇고 찌개가 그러하며 김치류와 장류도 거의가 국물이 들어가 있다. 마른 반찬이 없는 것은 아니나, 밥상의 80~90% 이상이 국물음식이다.

한국인은 식구가 많다. 작은 분량의 식품을 많은 사람이 나누어 먹으려면 탕반을 만들어 먹어야 한다. 대가족제도 때문에 형성된 20여명의 식구가 겨우 한두 근의 쇠고기를 나눠 먹는다 할 때 고깃국으로 끓이지 않고 어떻게 나눠 먹을 수 있겠는가.

식생활은 가장 심플한 형태를 취해야 한다. 밥은 물에 말아서 후루루 마셔버리는 그런 굶주림을 면한다는 ‘요기’의 형태를 취해야 한다. 국물식품의 특성은 혼자만 먹는 것이 아니라 여럿이 나눠 먹는다는 데 있다. 집단이 똑같이 나눠 먹는다는 데 그 특성이 있다.

철기는 열이 빨리 전도되기에 쉽게 더워지고 또 쉽게 식는다. 사기나 오지 그릇은 열전도율이 낮기 때문에 더디 덥혀지고 더디 식는다. 설렁탕이나 찌개류를 뚝배기에 담고 끓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은 숟가락 문화군에 속한 이 세상의 유일한 나라인 것이다. 한국의 음식이 숟가락 없이는 먹을 수 없도록 돼 있었기 때문인 것이다. 
한국의 밥상은 모든 음식을 한 상에 차려서 내온다.

한식은 황, 청, 백, 적, 흑,다섯가지 색의 조화와 짜고, 맵고,시고, 달고, 쓴 다섯가지 맛의 조화가 눈을 즐겁게 하고 입을 즐겁게 하고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재료의 맛과 영양과 음식궁합을 구현하기 위해 조리고 굽고 볶고 찌고 부치는 등 다양한 조리법을 사용한다. 오감을 자극하는 다양한 조리법이 사용되고 있는 어울림의 맛이다.

한국의 김치는 김치만 먹을 수 없으며, 젓갈도 젓갈만 먹을 수는 없다. 밥하고 김치 하고, 밥하고 젓갈하고 같이 먹어야 한다. 한국 밥상의 국물은 밥과 같이 떠 먹거나 밥을 국에 말아 먹는 상호보완적인 것이다.

한국 밥상은 주식와 부식의 개념이 뚜렷하며, 주식과 부식을 복합시켜 먹어야 한다는 특성 때문에 더불어 먹어야 할 주식과 부식을 한 공간에 같이 놓을 수 밖에 없다.

한식은 맛과 건강이 균형을 이룬다. 밥과 반찬으로 이루어진 한식은 몸이 필요로 하는 삼대 필수영양소를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에 따라 풍부한 식재료로 만들어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는 건강식으로 비만과 성인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뛰어나다. 칼로리는 적고 영양의 균형이 뛰어난 건강식이다.

가족을 위해 상을 차리는 어머니의 따뜻한 손끝의 맛, 한식의 맛은 정성이 반이다. 정성으로 가꾸고 정성으로 차려내는 한식에는 사랑이라는 반찬이 곁들여진다. 정을 나누는 자리에서 함께 맛보는 한식은 정성의 맛이다.

쌀로 만든 떡의 종류는 ((임원십육지))에만 예순 세 가지가 적혀 있다. 쌀로 쑤는 죽도 서른 아홉 가지가 기록되어 있다. 옛날에는 훌륭한 집의 며느리가 되려면 열두 가지 김치를 담글 줄 알고, 스무 가지 죽을 끓이는 법을 알아야 했다.

된장은 단독으로 식품의 가치를 형성하는 굴지의 몇개 식품 가운데 하나다. 곧 한국인 미각의 기조를 이룬 식품인 것이다. 된장은 가동식 식품 곧 포터블 식품으로는 가장 완벽하고 간단하며 걸격이 없는 식품인 것이다.

우리 한국의 음식 문화는 발효문화(醱酵文化)다. 우리들이 전통적으로 먹어 온 기본 음식은 간장, 된장, 고추장, 각종 김치, 장아찌, 각종 젓갈 할 것 없이 발효식품이 아닌 것이 없다. 발효식품은 숙성과 발효를 거치는 동안, 식재료가 지닌 본래의 독성이 없어지고 몸에 유익한 성분만 남게 되는 건강식품이다.

이 발효로 형성되는 아미노산 맛이 바로 한국의 너무나 한국적인 맛이며, 오늘날같은 고속 국제화 시대에서 옷도 양복을 입고 집도 양옥에서 살면서 오로지 음식만은 한국 음식을 먹지 않을 수 없음은 이 전통적인 발효의 맛을 놓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한식은 자연과 시간의 맛까지 담아낸 기다림의 맛이다.

외국에 가서 대를 물려가며 사는 사람들도 이발효의 한국맛을 못 버리는 이유도 바로 아미노산 맛의 상대적 특수성을 입증해 주기도 한다. 이처럼 수천 년 동안 발효 식품을 먹어온 한국인의 혓바닥에는 이 발효에서 나는 삭은 맛 곧 흔히들 맛이 난다고 말하는 감칠맛을 감지하는 미각이 별나게 발달했다 한다.

서양에서는 고기 저장을 하는 데 후춧가루를 뿌려둬야 그 선도가 보다 지속된다. 뿐만 아니라 약간 변질되어 냄새가 나는 살코기에 이 후추를 뿌리면 악취가 가시고 미묘한 풍미까지 낸다. 곧 지방산의 부패와 상극되는 후추의 성분 때문에 유지음식 문화권에서 후추는 황금인 것이다.

오래 전 세계 각국의 영양학자들이 오스트레일리아의 시드니에 모여 학술대회를 열었을 때 세계 사람에게 권장하는 10대 영양식품을 선정 공표했었다. 세계 각국에서 주로 먹는 영양식품의 영양가를 미리 조사토록 하여 이를 취합, 영양가가 많은 순서대로 선택한 것이다. 이 영양가 랭킹 10위 안에 든 식품 가운데 한국 사람이 상식하는 자연식품으로 마늘, 꿀, 들깨가 들어 있엇다. 그중 마늘은 이 세상사람이 먹는 자연식품 중 그 영양가 높기로 3위에 랭킹되었다.

마늘의 주성분은 그루코사이드와 아시린이다. 이 아시린은 항균력이 대단히 높아 그 성분을 8만5천 내지 12만 5천 배로 희석한 후에 결핵균이나 디프테리아균, 티프스균, 이질균, 임질균 등과 더불어 투입했을 때 향균력을 지닌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또한 이 아시린은 식품 가운데 비타민 B₁의 흡수를 촉진시키는 작용과 단백질을 재빨리 소화시키는 두 작용이 있다.
생마늘을 먹으면 소화가 잘 안되지만 고기를 먹을 때 마늘과 같이 먹으면 단백질인 고기의 소화를 촉매시킴으로써 육식의 효력을 빠르게 또 많이 내게 한다. 우리 옛 선조들이 고기를 먹을 때 마늘 양념을 치거나 마늘을 더불어 먹는 지혜는 지극히 과학적이었다고 할 수가 있다.

콩은 모든 농작물 가운데 단백질 함유량이 가장 많은, 그래서 밭에서 나는 고기란 별명까지 얻고 있다. 그런데 날콩대로 먹으면 전혀 소화되질 않고 볶아 먹으면 겨우 60%, 삶아서 먹으면 70% 밖에 소화되질 않는다. 이것을 두부로 먹으면 90%가 소화된다. 이 두부가 국제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미국에만도 두부 공장이 150개가 넘는다고 한다. 두부 요리책은 나오는 족족 배스트 셀러가 되고 있다고 한다.

한국 식탁에 필수적인 국은 ①간장으로 간을 하여 끓이는 맑은 장국 ②된장으로 간을 하여 끓이는 토장국 ③재료를 푹 고운 뒤에 소금으로 간을 하는 곰국, ④끓이지 않고 차게 만들어 먹는 냉국의 넷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한국음식은 허겁지겁 먹게 되어 있지 않다. 밥을 들기 전에는 첫술로 국이나 숭늉을 떠서 목을 축인 뒤 고루고루 젓가락을 대는 것이 기본예의이다. 한국 음식은 먹는 자체가 예(禮)이다. 국과 밥 그리고 나물 고기 발효식품을 고루 섭취하게 되어 있는 우리 상차림이야말고 양양학적인 계산이 딱 맞아 떨어진 지혜로운 식생활이다.

우리 선조들은 모든 종류의 음식을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사상이나 요소들과 연관 지어 생각했다. 한국의 요리 기호 체계인 미각기호, 기리고 시각기호를 가장 완벽하게 보여주는 것은 오신채라는 나물이다. 오신채란 마늘, 부추, 고추와 같은 자극성이 강한 다섯 종류의 채소를 의미한다. 불가(佛家)나 도가(道家)에서는 금기의 음식으로 여겨 왔지만, 한국민속사상에서는 모든 것을 화합하고 융합시키는 우주적 기운의 식물로 생각해 왔다. 그래서 입춘이 되면 으레 임금이 신하들에게 오신채를 선사하기도 했다. 

오신채란 한복판에 노란색 나물을 놓고 그 주위에 동서남북을 가리키는 청, 백, 적, 흑의 나물들을 각각 배치해 놓은 것이다. 이들을 한데 섞어 무쳐 먹는다는 것은 곧, 임금을 중심으로 하나로 뭉치는 정치이념을 나타내는 것이다.

일반 서민들은 오신채를 정치적인 의미보다는 인(仁)•예(禮)•신(信)•의(義)•지(智)의 덕목, 그리고 비장(靑)•폐(赤)•심장(黃)]간(白)•신장(黑)과 같은 인체 기관 차원으로 신체 부분과 연관 지어 생각했다. 입춘 때 오신채를 먹으면 덕과 건강한 신체를 갖게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렇듯 평범한 것들에도 심오하고 창의적인 생각을 깃들인 선조들이 있었기에 현재 우리들은 몸에 좋은 김치와 같은 발효음식을 먹을 수 있고, 또한 발효음식과 관련된 여러종류의 음식을 먹을 수 있지 않은가 생각해 본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불을 사용하면 음식 재료의 특유한 맛이 손상된다고 생각해 가급적 불의 사용을 자제했다. 이러한 행위는 모든 신체 기관과 연관시켜 생각하는 우리 선조들의 가치관으로부터 비롯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대부분의 재료는 가능한 손상되지 않도록 다듬고, 씻고, 썰고, 갈고, 으깨고, 끓이고, 데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재료뿐만 아니라 준비한 재료를 음식에 넣어 만드는 데에도 온갖 정성을 쏟는다. 이렇게 정성스럽게 준비한 재료들은 한 곳에 넣어 찌거나 싸먹는 포함적인 식사법을 사용하는데, 이러한 방법에서 한국 음식의 맛은 ‘존재하는 것(being)’ 이 아니라 ‘생성(becoming)’ 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영국사람들이 신(神)을 찾아가 평소에 품어온 불만을 토로하였다. “왜 이탈리아는 기후도 좋고 풍광도 아름다운데 우리는 그러하지 못하옵니까”고, 신의 대꾸는 이러하였다. “대신 이탈리아사람에게는 게으름을 주고 너희들에게는 근면을 주지 않았느냐.” 만약 우리 한국사람이 신을 찾아가 “왜 중동에는 석유가 무진장 묻혀 있는데 우리는 그러하지 못하옵니까”라고 불평을 호소했다 하자. 신은 분명히 이렇게 대꾸했을 것이다. “대신 너희들에게는 아름다운 산과 맑은 물을 내리지 않았느냐”고. 석유와 산수 (山水)의 가치비중은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으나 우리나라의 물만은 분명히 신이 지구상에다 아껴둔 비장의 명품임이 틀림없다. 중동은 물을 수입해 먹는데 기름값보다 물값이 비싸다. 유럽도 가공하지 않으면 먹을 수 없어 식수를 병에 넣어 판다.

인도에서 예로부터 물을 베푸는 ‘시수(施水)’가 최고의 자선으로 돼온 것은 물이 그만큼 귀하기 때문이다. 히말라야에선 밀크빛 나는 빙하수를 받아 석회분을 며칠 동안 가라앉힌 다음에야 마실 수가 있다. 우리나라처럼 아무 데서나 솟아나는 물을 당장 마실 수 있는 혜택을 받은 나라는 세상에 굴지의 몇 나라에 불과하다.

이렇게 물의 혜택을 받은 나라라서인지 물맛을 가려먹는 품수(品水)도 이토록 발달된 나라가 없다. 물빛이 투명하면 수물[牡水]이라 하고 불투명하면 암물[牝水]이라 하여 그 용도를 가려썼다. 이를테면 부인방(婦人方)의 약을 달일 때에는 암물을 썼다. 율곡(栗谷) 선생이 외지에서 물을 마실 때마다 이 물은 무겁다느니 가볍다느니 항상 품수를 했다는데 저울이 아닌 혓바닥으로 물의 무게를 감식했을 정도면 놀랍다.

높은 산의 물은 청경수(淸輕水)요, 바위에서 새어나온 물은 청감수(淸甘水)며, 모래에서 솟아난 물은 청렬수(淸洌水), 흙속의 샘은 담백수(淡白水)다. 밤중인 자시(子時)에 뜬 물은 신령이 깃들인 정화수(井華水)로 신령에게 정성을 들일 때는 반드시 이 물을 썼다. 차를 끓이는 물은 ‘3대변(大辯) 15소변(小辯)’이라 하여 그 물의 빛깔과 끓일 때 나는 소리와 증발되는 기(氣)의 모양으로 열다섯 가름하여 차맛을 높이는 데 활용하였다. 서울 물장수 들이 파는 물도 강변에서 뜬 물이냐, 강 가운데서 뜬 물이냐, 강 가운데서 떠도 웃물이냐 가운뎃물이냐 밑물이냐에 따라 물값이 각기달랐던 것이다. 빨랫물이냐, 밥지을 물이냐, 약 달일 물이냐, 술 빚을 물이냐, 뒷물할 물이냐의 용도에 따라 그 수질을 가려썼기에 값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대단한 물의 나라 물의 민족이었던 것이다.

이규태 코너 6《입술의 한국학》 Page 35~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