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TV, 라디오 속의 언어

1. 방송 언어의 성격

1.1. 방송 언어의 정의

현대 사회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대중 매체의 출현이며 그 가운데서도 방송은 직접성, 동시성, 광역성 등을 기반으로 우리 생활의 구석구석에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방송이 없는 생활이란 상상할 수 없으며, 그와 더불어 방송 언어도 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때의 방송 언어란 넓은 의미로는 방송에서 나가는 영상, 음향(음악), 음성, 문자, 신체 언어 등 의사소통 기능을 담당하는 모든 부문을 말하며 좁은 의미로는 출연자를 중심으로 한 음성 언어, 문자 언어를 가리키는데, 여기서는 후자에 한정하여 그 기능과 구조를 살펴보도록 한다. 방송 언어의 일반적 속성을 특히 구어와 문어라는 관점에서 알아 보는데, 각 매체 별로 텔레비전의 언어와 라디오의 언어를 나누어, 텔레비전을 중심으로 방송 각 부문별 특징을 살펴보도록 한다.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등 방송은 감각에 직접 호소하는 직접성, 동시에 여러 지역에 정보를 전달한다는 동시성, 그리고 정보가 전달되는 범위가 넓다는 광역성을 확보하였다는 점에서 문자를 기반으로 한 신문 같은 대중 매체에 비하여 진보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대면 의사소통에 비하면 그 방향이 일방적이어서 수용자 즉 시청자 및 청취의 피드 백의 기회가 제한되어 있거나 있더라도 즉각적이지 않으며, 인간의 감각 기관 중 선택된 일부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풍부한 정보를 싣지 못하여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를 안고 있다.

‘언어=의사소통의 수단’이라는 전제를 따르게 되면 방송 언어는, 비언어적 정보와 언어적 정보가 서로 결합한 형태로서, 1) 텔레비전의 영상 언어, 2) 음악을 포함하여 방송의 효과적인 의미 전달을 위해 이용될 수 있는 모든 소리인 음향 언어, 3) 출연자의 음성을 통하여 분절음과 초분절의 결합체로 전달되는 음성 언어, 4) 영상이 포함하고 있는 문자와 자막 등의 문자 언어, 5) 출연자의 몸짓이나 표정 등으로 전달되는 동작 언어 등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언어=의사소통을 실현해 주는 음성이나 문자’로 좁혀서 정의하게 되면, 위의 1)~5) 가운데 3), 4)만을 방송 언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는 후자의 정의에 따라 방송 언어를 음성 언어와 문자 언어로 나누어 살펴보는데, 그 양적인 면이나 문자 매체와 방송을 구별하는 점을 중시하여 음성 언어에 초점을 맞추어 보도록 한다.

1.2. 방송 언어의 특성

방송 언어는 방송 순간은 구어로 전달되지만 카메라를 매개로 한 비대면적, 간접대면적, 일방대면적 대화 행위로서, 직접대면적, 쌍방대면적 대화를 특징으로 하는 일반 대화의 구어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첫째, 방송의 언어는 대부분 미리 준비된 대본을 바탕으로 진행된다. 아무리 자연스러운 대화체를 추구하는 대본이라 하더라도 대본이 쓰이는 실제 과정에서 살아있는 순순한 구어체가 되지 못하고 문어체의 요소가 가미될 수밖에 없다.

둘째, 방송의 언어는 속성상 시간의 제약을 받게 된다. ‘방송은 시간과의 싸움이다’라는 말이 있을 만큼 방송은 일정한 시간 구획에 따라 계산된 시간 내에 충분한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하여야 한다. 적절한 시간내에 효과적인 정보 전달이라는 목적을 다 이루어야 하는 상황에서 의사소통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방송 언어는 이러한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따라서 방송 언어는 일반적인 구어에 비하여 길이에 제약을 받는다. 그렇지만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면밀하게 계산된 표현과, 내용 전개를 해 나가게 된다.

셋째, 방송의 언어는 일정한 통제를 거쳐서 전달된다. 방송은 그 전달 효과가 큰 만큼 사회에 부정적인 요소를 내보내게 된다면 피해도 심각해지기 때문에 그것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규제가 필요하게 된다. 우리나라도 방송법, 방송 심의에 관한 규정 등을 두고 있으며 이러한 방송윤리 규정을 관리하고 자율적으로 통제하는 방송위원회(KBC)를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방송의 규범적인 성격에 따라 방송 언어도 어느 정도 규범성을 띠게 된다. 기본적으로 표준어를 사용하도록 되어 있고 그 실천 과정에서 방송사 자율적으로 ‘방송 금지 용어 사례집’ 등을 통해 은어나 속어, 비어의 사용을 제약하며 순화된 표현을 하도록 권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방송 언어는 상이한 목적과 제재를 가지는 다양하고 개별적인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이런 것이다’라고 일반화할 수 있는 균질적이고 추상적인 것이 아니다. 따라서 앞에서 지적한 세 가지 특성을 살펴봄에 있어서 다음과 같은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우선, 방송 매체에 따른 언어 변이가 전제되어야 한다. 방송이라 했을 때는 매체에 따라 라디오 방송과 텔레비전 방송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음성과 문자 언어가 병행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영상으로 많은 내용을 전달할 수 있는 텔레비전 매체에서 음성 언어가 담당하는 역할은 소리만으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는 라디오에서의 그것과 질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며, 그에 따라 언어의 모습도 달라지게 될 것임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한편, 프로그램의 성격에 따른 언어 변이도 방송 언어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에 중요한 열쇠가 된다. 방송 프로그램은 그 목표와 소재 및 언어적 특성에 따라 객관성과 사실성 및 정확성을 요건으로 하는 보도 프로그램과 사실에 바탕을 둔 지식을 전달하고 교양을 높이는 내용으로 이루어지는 시사, 교양 프로그램, 건전성이 요구되기는 하지만, 시청자의 감각을 자극하고 재미를 주는 것이 주목적이 되는 연예, 오락 프로그램, 그리고 생활의 면면을 응집하여 보여주는 드라마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각 프로그램의 성격에 따라 사용되는 언어의 모습도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 예로, 문어체와 구어체라는 두 축을 통해 프로그램에 방송 언어의 변이를 살펴보면, 격식성이 높은 프로그램인 뉴스의 언어는 준비된 대본이나 보도 원고를 읽는 경우가 많고 품위있는 언어 사용을 지향하기 때문에 문어체에 가까운 양상을 보이는 데 반해 오락성과 친근감을 중시하는 드라마나 개그 프로그램에서는 비정상적인 어순, 잉여적 표현, 축약 및 생략 현상 등 구어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언어 사용이 공존하기 때문에 방송 언어에 대하여 이러한 점이 문어적이고 이러한 점이 구어적이라는 식으로 일반화하는 것만으로는 그 성격이 충분히 파악되지 못한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먼저 매체별로 텔레비전의 언어와 라디오의 언어를 구별하여, 텔레비전의 언어를 중심으로 프로그램 특성에 따른 일반적인 구어와의 차이점을 살펴본다. 텔레비전을 중심으로 하는 것은 그 영향력이나 다양성에 있어서 텔레비전의 언어가 라디오의 언어를 넘어서며, 라디오의 경우는 일반적인 구어와 비교하였을 때의 특이성이 텔레비전의 언어보다 한 단계 정도 높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라디오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는 텔레비전의 언어를 먼저 살펴본 뒤에 라디오의 언어만이 가지는 특성을 살펴보도록 한다.

1.3. 일반적인 구어의 특성

방송 언어가 일반적인 구어와 비교하여 어떤 특징을 보이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우선 구어의 특성이라고 지적되는 사항들을 간단히 살펴 보면 다음과 같다.

초분절음소의 역할이 두드러진다:구어는 음성을 매개로 한 의사소통인 만큼, 초분절음소인 음조, 음장과 휴지에 의해 문장의 유형, 의미, 심리적 태도 등의 구별이 이루어진다.

문어에 비하여 자유롭다:문어에 비하여 어순이 자유로우며 생략 현상이 많아서 격조사, 보조사의 생략은 물론 문장 성분이 생략된 문장이 많다는 점이다.

경제성의 원칙을 따른다:직접 대면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이루어지는 의사소통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되도록 적은 심리적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여 정확한 전달 효과를 얻으려 한다. 따라서 전달하려는 내용에 손상을 입히지 않는 한도 내에서 비문법적이거나 미완성인 문장을 사용하는 것이 허용된다. 또한 오해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 간결하고 직접적인 문장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어서 접속문이나 복문보다는 단문, 이중부정보다는 긍정의 표현, 피동문보다는 능동문의 사용이 많다. 어휘 사용에 있어서는 축약형의 사용이 두드러진다.

의사 소통 참여자의 사회적 관계 및 담화 상황을 민감하게 반영한다:대화의 경우 대화 참여자의 상하 관계나 거리감, 대화의 격식성 등에 따른 적절한 청자 경어법의 사용이 필수적이며 지시사나 대용언 등의 사용이 두드러진다. 이 외에 주저 표현이나 호흡 조절을 위한 간투사의 사용, 화자의 태도를 표시하는 ‘요, 고, 조’ 등의 지소어의 사용, 은어, 속어, 방언 등 비표준어의 사용도 구어의 주된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구어에 주로 쓰이는 문법 형태소가 있다:종결어미 가운데 약속법의 ‘-(으)마, -(으)ㄹ게’, 허락법의 ‘-(으)려무나, -(으)렴’ 등은 구어에서는 주로 사용되지 않으며, ‘-거든요, -는데요’ 등 연결어미에 첨사 ‘-요’가 연결된 형태가 종결어미 기능을 하는 경우가 많다. 연결어미에서는 나열의 ‘-고’와 ‘-(으)며’ 가운데 ‘-(으)며’보다는 ‘-고’의 이형태인 ‘-구’의 사용이 두드러지며 ‘-아/어’는 ‘-아/어서’로 대치되는데, 이것은 다시 ‘-아/어 가지구(갖구)’ 구성으로 대치되는 경향이 있다. 조사로는 ‘-(이)랑, -하고, -더러, -한테’의 사용이 두드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