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TV, 라디오 속의 언어

2. 텔레비전의 언어

우리나라 사람들의 여가 시간 활용 실태를 조사한 한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여가 시간은 평일 4시간 6분, 토요일 5시간 28분, 일요일 6시간 36분으로 나타났다. 이 여가 시간 중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데 사용된 시간은 평일 3시간 22분, 토요일 4시간 20분, 일요일은 5시간이나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여가 시간의 평균 78% 정도를 텔레비전을 시청하며 소비하는 것이다. 그런 만큼 언어면에 있어서도 텔레비전이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큰 것이어서, 텔레비전은 유행어 제조기라 할 만큼 신조어의 보급, 전문 용어의 대중화, 은어나 속어의 유포 등에 큰 역할을 하였다. 과거 지리적 거리나 지형적 장애 등에 의해 방언 분화가 생겨나고, 그로 인해 언어변화가 촉진되었던 것에 비한다면 현대에 있어서 언어변화는 텔레비전에 의해 활성화되고 완성된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정도가 된 것이다. 이러한 영향력에 주목하여 이제까지 텔레비전의 언어에 대한 논의는 그 교육적인 측면 내지 표준성에 대한 것이 주를 이루었다. 여기서는 규범적인 측면과는 별도로 텔레비전 언어의 실상을 살펴봄으로써, 우리 주변의 언어의 다양한 모습에 대한 이해라는 조각 맞추기의 한 부분을 이루어 보고자 한다.

텔레비전은 대표적인 영상 매체에 속한다. 활자 매체는 정보를 문자를 통해 전달함으로써 그 정보의 평가를 읽는 행위 그 자체에 두지 않고, 읽는 행위 뒤에 남겨진 독자의 분석, 상상, 비판 등의 과정에 열어 두었다. 그러나 영상 매체는 기본적으로 시각 그 자체에 의지함으로써 활자 매체와는 달리 정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활자 매체가 그 정보를 전적으로 언어에 의존하는 데 반해 (물론 신문이나 잡지 등에도 사진이 함께 실리기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것이다) 텔레비전에서는 언어가 정보 전달 기능을 영상과 분담하게 되며, 프로그램의 성격에 따라서는 영상의 보조적인 역할에 머무르는 경우도 많다. 각 프로그램 유형별로 언어의 특징을 살펴보자.

2.1. 보도 프로그램의 언어

대표적인 보도 프로그램으로 뉴스가 있다. 뉴스의 이야기는 진행자(앵커)가 대강의 개요를 알려주고 기자(리포터)를 부르면 기자가 현장 화면을 배경으로 자세한 현장 상황과 주요 내용을 보도하며 이를 바탕으로 진행자가 해석과 가치 평가를 곁들여 결론을 맺는 구조로 이루어진다. 각 부분은 모두 미리 쓰여진 대본을 그대로 읽거나 대본을 바탕으로 진행자나 기자가 이야기를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대본이 말로 읽힐 것을 상정하고 쓰여진 글이고, 또 진행자나 기자가 읽을 때 자연스러운 회화체로 읽으려는 의식이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문어보다는 구어의 성격이 강하기는 하지만, 격식성이 매우 강한 글이고, 또 글로서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뉴스의 언어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문어적인 성격이 강하다. 또, 뉴스는 내용에 따라 객관적인 전달의 성격이 강한 고지형(告知形) 뉴스와 설명이나 묘사를 가미하는 설명형 뉴스가 있는데 고지형 뉴스의 언어가 설명형 뉴스의 언어보다 문어적인 성격이 강하다.

뉴스는 객관성을 지향하는 담화이므로 수사학적으로 담백하고 간결한 문체를 보인다. 따라서 전달이 잘 되는 쉬운 말을 쓰고 감탄사, 감탄조사, 의성․의태어의 첩용 부사는 쓰지 않는다. 형용사도 주된 의미 전달에 도움이 되지 않는 한 어휘 선택에 절제가 많아서 ‘파란 하늘, 새파란 하늘’보다는 ‘푸른 하늘’ 등 중립적인 표현을 사용한다. 대명사 사용에도 절제가 심해서 3인칭 대명사 가운데는 미지칭의 ‘누구’나 부정칭의 ‘아무’ 정도가 제한적으로 사용될 뿐이며, 지시대명사는 인칭대명사보다는 많이 쓰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저것’은 쓰이지 않는다. 이러한 점들은 모두 즉물적이며 객관적이어야 한다는 뉴스의 성격이 어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이다.

또한 뉴스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격식성이 높은 유형이다. 따라서 시청자 중심의 경어를 사용하며 명령형, 청유형, 감탄형 어미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연결어미도 ‘-(으)ㄹ지언정, -(으)련마는, -(으)니까, -다, -(으)ㄹ뿐더러’ 등은 쓰이지 않는다. 조사에 있어서는 호격조사는 물론, 전형적인 구어의 형태소인 ‘한테, 하고’의 쓰임이 제약된다.

정확한 어순, 완결도가 높은 문장, 지시사나 대용어 사용의 억제, 엄격한 표준어 사용, 간투사 사용을 금기시하는 것 등 뉴스의 언어는 ‘발음된 문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구어의 특성과 어긋나는 면이 많다. 그러나, (1)에서 볼 수 있듯이 ‘하여, 되어’를 반드시 ‘해, 돼’로 말하거나 모음 아래 서술격조사 ‘이’를 생략하는 것이 필수적임을 통해 보면, 뉴스의 언어가 객관성과 격식성을 위해 문어의 특성을 많이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구어로서의 자연스러움을 지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서 2조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서 돈을 풀기로 했습니다. 특히 건설 투자에 집중 투입됩니다. 홍○관 기잡니다. …… 분야별 투입규모는 사회간접자본 시설 등 건설투자에 7, 8000억원, 항공업계 지원 등 테러 사태 관련 분야에 4, 5000억원, 그리고 수출과 중소기업 지원에 역시 4, 5000억원입니다.

이는 비슷한 성격의 문어 텍스트인 신문 기사와 비교해 보아도 잘 드러난다. (1)과 같은 내용의 신문 기사인 (2)에서는 ‘추경예산, SOC’ 등의 약어가 사용되고 있으며 ‘․’이 사용되고 있다. 이에 대하여 (1)에서는 ‘추가경정예산, 사회간접자본’으로 풀어서 말하고 있으며 ‘․’ 대신에 조사 ‘-와/과’를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약어 사용 및 문장 부호 사용 등의 면에 있어서 텔레비전 뉴스의 언어는 구어로서의 일면을 충분히 보이고 있는 것이다.

(2) 정부는 2차 추경예산을 내수진작 효과가 큰 분야에 우선 투입하기로 했다. SOC 투자와 테러대책 외에 수출․중소기업 지원에 4천억~5천억원, 쌀값안정 지원에 2천억~3천억원을 쓰기로 했다.

 

2.2. 시사, 교양 프로그램의 언어

시사, 교양 프로그램은 있는 사실에 바탕을 두되 그것을 단순히 발견․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가 좀더 잘 돌아가도록, 혹은 인간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소개하는 것에 의미를 둔다. 사실에 철저하다는 점에서는 보도 프로그램과 같지만 프로그램 내용의 구성은 드라마와 같아서 대개 ‘도입-전개-클라이맥스-결말’의 구조를 갖는다. 각 장면은 화면과 해설, 음악 및 음향으로 이루어지는데, 텔레비전이라는 매체의 성격상 해설은 영상에 종속된다. 즉, 내면적 논리에 따라 영상의 흐름이 먼저 구성되고 그 영상 논리의 선상에서 꼭 필요한 부분에만 해설을 부가한다. 내용의 주된 흐름은 영상을 따라 전개되도록 하되, 영상의 연결이나 부연해석, 영상에 대한 답변이나 반박 등에 해설을 넣음으로써 영상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시사, 교양 프로그램의 언어는 영상의 보조적인 정보 전달 수단이 되는데, 이러한 영상과 해설-언어의 관계는 제작 과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대개의 경우 해설의 집필은 영상의 편집이 완성된 후에 시작되는 것이다. 편집 과정에서 한 장면 혹은 한 커트의 길이가 결정되는데, 해설은 그 길이에 꼭 맞아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설의 문장은 영상의 흐름에 따라 길이에 제약을 받으며 결과적으로 단문이 주가 된다. 객관성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는 뉴스 언어의 특징과 같지만 한 가지 주제를 심도 있게 다루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주제와 관련된 담화 상황이 구성되고, 그에 따라 인칭 대명사나 대용어의 사용이 뉴스보다는 자유롭게 허용된다. 또한 격식성에 있어서도 뉴스 언어보다는 자유로워서, 방송 프로그램 가운데서는 이례적으로 ‘해라체’의 서술문이 허용된다. 이는 객관성을 살리면서, 문어가 가지는 긴장감이나 주의 집중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3)에서 그러한 특징을 잘 찾아 볼 수 있다.

(3) 아름다움의 대명사인 그녀의 춤에 비해 그녀의 발은 끔찍하기 이를 데 없다. 수년간 혹사시킨 발은 굳은 살을 칼로 떼어낼 만큼 감각을 잃은 지 오래다. …… 항상 노력하는 모습이 아름다운 강○진. 발레실력만이 그녀의 전부는 아니다. 파트너들은 강○진의 특별한 매력과 그녀의 노력을 높이 산다.

한편, 프로그램에 따라서는 인터뷰나 실생활의 장면 등이 삽입됨으로써 해설 이외의 언어적 요소가 조합되기도 하는데, 이 때는 구어의 다양한 양상을 고루 보여주게 된다. 그러나 프로그램의 성격 상 시사, 교양 프로그램의 주된 언어 요소는 해설이 담당하게 되며 그것은 정보 전달을 주된 목표로 하기 때문에 문어적 요소를 강하게 가진다.

2.3. 오락 프로그램의 언어

오락 프로그램으로는 버라이어티 쇼, 음악 프로그램, 토크 쇼, 스포츠 중계 등을 들 수 있는데, ‘말보다 화면’이라는 텔레비전의 특성이 강조되는 프로그램으로서, 박진감과 생기를 주기 위해서 간결한 표현을 사용한다. 즉 (4)와 같이 짧은 수식 구성을 연속시킴으로써 속도감이 있으면서 인상을 깊이 남기는, 그리고 시청자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말로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4) 특종의 감초장 태○아! 멋진 여자 김□선! 잘 생긴 남자 김△우! 영자의 전성시대 이○자!

그런데 오락 프로그램은 다른 프로그램 유형에 비하여 어떤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는가에 따라 언어의 모습이 큰 차를 보이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대체로 청․장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의 경우는 비교적 격식을 갖추게 되어 청자 경어법에서는 뉴스에서처럼 ‘합쇼’체가 주가 되고 유행어나 은어의 사용이 제약된다. 그러나 뉴스와 달리 객관성보다는 감성에 호소하는 면이 짙기 때문에 의성․의태 부사어 및 첩용 부사 및 감탄사의 사용이 비교적 자유로우며 대용어나 지시어의 사용도 빈번하다. 또한 ‘-한테, -보고, 더러, -구, -아/어 가지구’ 등과 같이 구어체의 형태소 사용도 자주 보인다. 결국 격식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뉴스의 언어와 동질적이지만 심리적, 표현적 측면에서는 전혀 다른 양상을 띠게 되는 것이다.

주부 대상의 오락 프로그램도 연령면에서 보면 주부는 청․장년층에 해당하기 때문에 전반적인 경향은 같지만, 주부(主婦)라는 특정한 성별, 직업을 대상으로 함으로써 갖게 되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청자 경어법에서 ‘합쇼’체보다는 ‘해요’체의 사용이 두드러진다는 점, 구어체 형태소의 사용에 있어서 ‘-거든요, -네요, -죠’ 등의 사용이 자유롭다는 것 등 전반적으로 여성어의 경향을 띠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청소년 대상의 오락 프로그램은 방송 언어의 규범성 측면에서 주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영역인데, 그것은 (5)에서 볼 수 있듯이 약어, 외국어 및 비어나 속어 등 비표준어의 사용이 비교적 자주, 자유롭게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5) 가. 카리스마 있는 그녀의 보이스…… 그리고 파워풀한 무대…… 서○○!

나. 야, 정화야. 시원하게 한 턱 쏴라!

한편 스포츠 중계는 오락 프로그램이기는 하지만 사실성과 현장성이 강조된다는 점에서 다른 프로그램과 구별된다. 현장성을 가지면서도 사실을 정확하게 전달한다는 것은 비록 화면이 주가 된다 하더라도 상당한 긴장감을 유발하는 것이어서 구어가 보이는 문장의 불완전성, 생략, 감탄사 및 간투사의 사용 등을 고루 보여 주고 있다. 또 외국에서 도입된 종목이 많은 까닭에 외래어나 전문용어의 사용이 두드러진다. (6)에서 볼 수 있듯이 조사의 생략도 일반적이다.

(6) ○○○ 선수 안타 치고 일루 나간 사이, 이루주자 ○○○ 선수 홈인하고, 일루주자 ○○○ 선수 삼루 진출했습니다.

 

2.4. 드라마의 언어

드라마는 시청자의 관심도나 제작 과정의 복잡성 등을 통틀어 볼 때 큰 비중을 차지하는 프로그램 유형이다. 대사를 주 내용으로 사람의 동작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연극과 같으며 영상에 의해 표현, 전달된다는 점에서는 영화와 가깝다. 드라마의 언어는 대사가 주가 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구어를 지향한다. 작가의 능력이나 연기자의 역량 등에 따라 대사와 실제 대화와의 거리가 좁혀지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어떤 드라마에서든 그 대사의 지향점은 완벽한 구어체의 실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드라마 대사가 자연스러운 구어의 구현을 추구함은 소설의 일부인 (7)과 드라마의 대화 부분인 (8)의 비교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7) 그는 이복 형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한가닥 기대를 걸고 있는 그에게 사실대로 전언할 수가 없었다. 이것저것 구실삼아 만나지 못했노라고 차일피일 시간을 끌면서 적당한 틈을 엿보았다.

< 법사님, 저 듣기 좋도록 일부러 거짓말하시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형의 성격을 전 알아요. 괜스레 법사님만 마음고생 시켜드린 것 같아 죄송합니다. 어릴 때부터 형은 날 미워했죠. 저주했어요. 결국 이렇게 저주받았지만…… 아마 내가 죽기를 바랄 거예요. 우리 어머니는 왜 나를 낳아 한 가정을 파탄에 몰아넣었는지……. 스님, 아마 이것이 우리 모자의 업보겠죠.>

그의 입술이 파르르 경련을 일으켰다. 나는 얼른 시선을 돌리고 그를 위로할 말을 더듬었다.

(8) 영근:스님

스님:예

영근:역시 그렇군요

스님:자리에 없더군요. 한참 기다려도 오지 않길래……

영근:거짓말하지 않으셔도 돼요. 형은…… 아마, 제가 죽기를 더 바라고 있겠죠. 괜히 스님께 걱정만 끼쳐 드린 것 같아 죄송합니다.

스님:아니, 그런게 아니라……

소설에서라면 지문이나 해설로 전달될 내용들이 화면과 대사로 표현되기 때문에 대사와 화면 사이의 적절한 긴장감이 요구되면서 드라마의 대사는 실제 대화보다 밀도 있고 완성도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간투사나 불완전한 문장이 의도적으로 삽입되기도 하지만 그것도 모두 밀도 있는 대사를 만들기 위한 장치로 사용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드라마의 대사는 일반적인 구어에 가장 가까운 언어를 지향한다고 할 수 있다.

2.5. 텔레비전 속의 문어:자막

최근 텔레비전 오락 프로그램에서 화면 아랫부분에 자막이 나오고 있다. 자막은 이전부터 뉴스의 제목이나 공지 사항의 전달 등에 자주 사용되었기 때문에 낯선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보의 효율적 전달을 위해 주로 사용되어 오던 자막이 정보 전달과는 거리가 먼 오락 프로그램 특히 토크쇼나 버라이어티 쇼 등에서 자주 쓰이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결국 자막 사용의 확대는 자막에 사용되는 언어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으며 자막의 성격 자체도 바꿔 놓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원래 보도 뉴스나 공지 사항의 자막은 시청자들에게 영상 이미지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고정시켜 줌으로써 전달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사용되었다. 따라서 출연자의 말을 그대로 옮겨 적는 것이 아니라 ‘재벌개혁에 국가운명’, ‘평생 모은 10억 선뜻’과 같이 내용을 요약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내용이나 형식은 신문 기사의 제목과도 유사하다.

그러나 최근 오락 프로그램 등에서 사용되는 자막은 출연자의 말을 그대로 적거나, 출연자가 말하지 않은 생각이나 행동을 괄호 등을 이용하여 써 넣기도 하며, 앞으로 나올 장면이나 할 말을 미리 적어 보여주는 등 이전의 자막과는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인다. 이는, 시청자에게 ‘이곳이 웃을 곳이다, 재미있는 부분이다’라는 정보를 줌으로써 시청자가 마음 놓고 웃을 수 있게 해 주는 장치로 해석된다. 마치 만화에서 배경에 등장하는 지문이나 등장 인물의 생각을 표시해 주는 말풍선의 역할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막이 등장하는 배경에는 시청자에 대한 서비스 정신과 더불어 자기 프로그램에 채널을 고정시키도록 유도한다는 제작자의 계산이 자리잡고 있다. 적절한 시점에 부담 없이 웃으면서 프로그램의 흐름에 적응하고, 다음 장면에 대한 흥미를 유발함으로써 시청자에게 그 프로그램이 재미있다는 인상을 줌으로써 채널을 고정시키도록 하는 것이다.

결국 텔레비전에는 전통적인 정보 전달용 자막과 흥미 유발형 자막이 공존하고 있는데 그 형식에 있어서 전자는 요약, 제목의 모습을 띠어 문어적인 성격을 강하게 갖는 반면, 후자는 받아적기, 추론, 메모 등의 형태를 띠어 출연자의 대사에 종속적인 즉 구어적인 성격을 보이게 된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