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TV, 라디오 속의 언어

3. 라디오의 언어

라디오는 텔레비전에 종합적인 방송 매체의 자리를 넘겨주고 개인적이며 오락성이 높은 매체로의 변신을 이루어 냈다. 텔레비전과 달리 장소에 구애받지 않으며 이어폰만 있으면 언제나 즐길 수 있다는 간편성으로 인해 라디오는 혼자서 즐기는 개인적인 매체로 자리 매김하였으며 따라서 순간성을 요하는 뉴스, 음악, 퀴즈 중심의 편성으로 청취자의 참여를 보장하고 오락 기능을 강화하게 된 것이다.

라디오의 언어는 전반적으로 텔레비전의 그것과 유사한 유형으로 구성되며 대본을 바탕으로 한 구어라는 점에서 구체적인 양상도 대체로 일치한다. 그러나 텔레비전과 달리 이미지 없이 순수히 청각에만 호소하는 매체라는 특성 상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첫째, 수시로 길잡이 방송을 이용하여 프로그램의 맥락을 수시로 분명하게 전달한다. (9)와 같은 대사에서 프로그램의 제목을 짧은 시간 안에 여러 번 반복함으로써 청취자들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파악하고 계속 청취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1) 자, 김○주의 FM데이트…… 오늘은요, 아? 선물 드리는 것 또 잊어버릴 뻔 했네요. ……김○주의 FM데이트 오늘은 멋진 남자들과 만나는 날이죠. 1, 2부에서는 태사자와 이야기 릴레이 코너로 만나구요, 3부에서는요, 윤도현 씨와 새로운 인디 음악을 들어보는 인디파워 시간 함께합니다. 음~ 저희 주소를 한 번 알려 드릴게요. 우편번호 150-608 서울 여의도 우체국 사서함 819호 김○주의 FM데이트 담당자 앞입니다. 자, 김○주의 FM데이트 1, 2부는요, △ 레코드 …… ×× 통신 제공입니다.

이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것으로 프로그램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말을 들 수 있다. ‘잠시 후 12시 뉴스가 있겠습니다’와 같은 예고나 ‘여러분은 지금 최○라, 이△환이 진행하는 지금은 라디오 시대를 듣고 계십니다’와 같이 프로그램의 중간에 들어가는 것이 있다.

둘째, 청취자의 관심을 붙잡아 두기 위해 짧고 간결하면서 리듬을 살리는 문장으로 이루어진다. 인간이 귀에 들려오는 소리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시간은 20초 전후라고 한다. 20초를 전후해 계속 들을 가치가 있는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한다는 뜻이다. 판단을 한 다음에는 다시 20초 후에 행동에 옮긴다. 이것은 40초 간격으로 판단의 순간이 반복된다는 뜻이다. 결국 녹음자료 한 컷의 길이는 40초 전후가 적당하고 최소한 1분을 넘지 말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따라서 라디오의 언어는 (10)에서처럼 진행자의 호흡법에 따라 보이지 않는 내재율이 존재하는 문장으로 이루어지며 산문처럼 연속되지 않고 짧은 시행으로 구성되어 일상적 산문보다 엄격한 리듬을 보유함으로써 청취자들의 호흡을 잘 맞추어 내고 있다.

(2) 가끔은 <귀여운 여인>의 줄리아 로버츠처럼 신데렐라로 만들어 주겠다던 그이의 약속. 주말엔 두 사람만의 시간을 꼭 갖겠다면서 월요일부터 벌써 설레임으로 물들게 했던 또 하나의 약속. 아이보리색 레이스가 달린 침대시트 위에서 결코 혼자 잠들지 않게 했던 그런 약속, 약속들. 그 약속들이 이제 이렇게 변해갑니다.

셋째, 시각적인 이미지를 풍부히 사용한다. 아무리 유려한 화면이 제공된다 하더라도 절대로 그 광경을 낱낱이 설명하지는 않는 텔레비전과 반대로 라디오의 언어는 (11)과 같이 구체적인 표현을 사용한다.

(3) 어젠 정말 눈이 너무 많이 왔어요. 자동차를 타려고 도어를 열다가 눈이 얼마나 왔는지 궁금해졌겠죠? 자동차 지붕 위로 가운데 손가락을 넣어봤는데 가운데 손가락 가지고도 모자랄 만큼, 그만 주먹이 움푹 다 들어가는 것이 아니겠어요? 아, 10센티나 넘게 왔구나…… 간밤이 그렇게도 환하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