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일반 사회 속의 언어 세상

5. 공공생활을 위한 언어

1. 공문서의 특성

사람과 사람이 다양한 관계를 맺어가면서 살아가는 틀이 사회라고 할 때, 그 안에서 맺어지는 다양한 관계는 크게 공적 관계와 개인적 관계로 나눌 수 있다. 사람은 태어나서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한 이 ‘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우리의 일상 생활은 이 가운데 개인적인 관계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이어서 직장의 동료관계, 학교의 교사-학생 등과 같은 공적인 관계도 개인적 관계로 끌어들여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따라서 공적인 관계가 표면화되거나 공적인 관계만으로 진행되는 상황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매우 낯선 자리가 되기 쉽다. 많은 사람들이 관공서에 가면 공연히 주눅이 든다든지 뭘 해야 할지 모르게 되어 버린다든지 하는 경험을 갖고 있는 것이 그 예이다. 이러한 상황은 인간 관계의 실체를 구성하고 연결하는 언어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사적인 대화는 말할 것도 없고, 방송이나 인터넷과 같은 대량 언어 전달에 있어서도 방송의 시청․취, 통신의 이용 등은 대부분 지극히 개인적인 상황에서 이루어지게 되므로 수용적인 측면으로 한정한다면 이들 매체에서의 언어사용은 개인적인 언어 사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행정 수속의 한 단계로 관공서에 문서를 제출하거나 계약, 소송과 같은 법적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경우 접하게 되는 언어는 일상적인 언어와는 매우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이러한 언어적 이질감이 공적 관계에 대한 거리감을 가져오는 한 요인이 된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이 장에서는 이러한 공적인 장면에서의 언어가 일상 생활의 언어와 어떻게 다르며, 무엇 때문에 그런 모습을 가지게 되었는가를 살펴보기로 한다.

공적 관계에서 사용되는 언어의 요체는 ‘문서’라고 할 수 있다. 법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상황의 언어 사용을 예로 들어 보면, 국회에서의 입법 논의, 재판의 진행, 계약에 이르기까지의 협상 등은 모두 대화로 이루어지지만 그러한 언어 활동이 실제적인 효력을 가지게 되는 것은 그것이 문서화되었을 때이다. 공적 언어 활동의 중심은 법조문이나 판결문, 계약서와 같은 문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문서 가운데 특히 공공 기관에서 내부적으로 혹은 대외적으로 공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문서를 공문서라 한다. 공문서는 내용에 따라, 헌법이나 법률, 명령, 조례, 규칙 등을 적은 법규문서와 행정기관이 그 하급 기관 또는 소속공무원에게 일정한 사항을 지시하는 지시 문서, 행정기관이 일정한 사항을 일반에게 알리기 위한 고시․공고 등의 공고 문서, 실제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의 연락이나 보고 등을 위해 사용하는 일반 문서 등이 있다.

이들은 각각 다른 목적으로 작성되며 그에 따라 다양한 내용과 모습을 하고 있지만 다음과 같은 점에서는 동질적이라 할 수 있다.

(1) 가. 정확함을 지향한다.

나. 보편성을 지향한다.

여기서 정확함을 지향한다 함은 해석에 있어서 이론(異論)의 여지가 생기지 않도록 대상과 범위를 명확히 하여 초점을 맞추는 것을 의미하며, 보편성을 지향한다 함은 가능한 모든 경우에 대하여 문서의 내용이 적용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1가)와 (1나)는 본질적으로 상반된 개념이며 때로는 모순되기까지 한 개념이다. 이렇게 이질적인 조건을 모두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공문서는 일상 언어와 다른 모습을 가지게 되며, 경우에 따라서는 기형적인 모습을 띠기까지 하는 것이다. 이하에서는 각 공문서 가운데 법규 문서(법조문)와 일반 문서, 계약서를 중심으로 그 구조 및 구성요소를 살펴 보고, 각 문서 언어의 모습이 일반적인 언어 사용과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런 차이를 가져오는 요인은 무엇인지를 알아보도록 한다.